저의 두 번째 책, 『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』 (들녘, 2021)이 세상을 향해 모험을 떠납니다.😁

 

『일기들』 은 『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』에 이어, 조선 사람들의 단맛 짠맛 나는 속내를 속속들이 밝혀내는 책입니다. 그들의 미주알고주알 속사정이 담긴 일기를 치느님의 닭 다리처럼 양손으로 잡아,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습니다. 책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일러스트를 제가 그렸고(중학교 때 미술 성적은 ‘양’이었습니다), 그 인물들의 모습이 오늘날을 사는 ‘김 씨 아조씨’의 좌충우돌 하루와 맞닿아 있음을 보이기 위해 야무지게 비벼봤습니다.

 

제가 미시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, 서문에도 썼듯 ‘두려움’ 때문입니다. ‘석학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버리는 것과 같다’라던 베르베르의 말처럼, 한 세대가 저무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. 존재는 인식될 때 비로소 ‘존재 지어’ 집니다. 찬란한 역사는 ‘우리 역사’, 아픈 역사는 ‘흑역사’로만 구분 지을 때,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인식하지 못할 때, 그들의 존재는 책에 박히는 잉크 몇 ml로 날아가 버리기 쉽습니다.

 

잊혀지는 것,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 것만은 아닙니다. 때로는 우리의 시대가 찬란하지 아니한 이유로 ‘암흑 시대’ 정도로 여겨진다면, 나의 삶 또한 ‘무가치한 것’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.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를 계속 쓰고, 찍고, 남기게 합니다. 아마도 저와 같은 불안감이 조선 사람들에게도 있었나 봅니다. 기록 덕력을 뿜뿜 뽐내며 적어나간 일기들,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올망졸망한 삶을 읽었을 때, 비로소 그들의 존재는 제 안에 ‘존재 지어’ 졌습니다. 그처럼, 저의 삶 역시 누군가에게 ‘존재 지어’ 질 수 있다는 희망. 그것이 미시사를 읽는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.

 

책에 담긴 인물들, 그리고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. 이를테면, ‘영남의 1티어 선비’라고 불렸던 김령은, 과거에 합격하자마자 온갖 ‘똥군기’를 마주하게 됩니다. 악명 높은 조선 공무원들의 신고식 문화를 마주한 뉴비 관리 김령은 몇 달간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자유 유영하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요. 직장 다니던 시절의 저처럼, ‘다음 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’라며 일기에 토로합니다.

 

또한, 틈만 나면 바가지를 긁어대는 아내 때문에 제대로 삐져버린 남편, 이문건의 이야기도 있습니다. 아내는 열 받을 때마다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드러누워 버렸는데요. 밥짓기는 커녕, 손에 물 한 방울 묻혀 본 적 없던 양반 이문건은 그때마다 쫄쫄 굶어야만 했습니다.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먼저 사과할 수 없었던 이문건은 결국 물에 밥을 말아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죠.

 

사랑 앞에 눈이 멀었던 ‘송노-분개 커플’의 대탈주 스토리도 흥미롭습니다. 오희문의 노비였던 송노와 분개는 어느 날부터 눈이 맞아 비밀 사내 연애를 시작합니다만, 사내 연애가 늘 그렇듯 다들 눈치채게 됩니다. 그러나 분개는 이미 남편이 있는 몸, 이들의 사랑은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탈주라는 선택지로 귀결되는데요. 오희문은 그들의 탈주를 막기 위해 온갖 계략을 꾸미는데, 송노는 장판파의 장비처럼 그 모든 계락을 막아내며 탈주를 계획합니다.

 

개요만 적어도 꿀잼각이 서지 않나요? 과연, 선배가 된 김령은 후배들을 어떻게 대했을까요? 시원하게 악습을 철폐해 ‘1티어 선비’의 이름값을 더했을까요? 아니면, 그 역시 One of them이 되어 애꿎은 복수를 실행했을까요. 또한, 이문건과 아내는 도대체 왜 싸운 걸까요? 그들은 결국 화해했을까요? 마지막으로, 송노-분개 커플의 탈주는 결국 성공했을까요? 드라마 <추노>처럼, 비극으로 끝나지는 않았을까요?

 

이 모든 에피소드는 『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』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. 부끄럽지만, 지난 책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. 두 권 사서 한 권은 재밌게 읽으시고, 한 권은 평소 감사했던 분의 집의 안방에 슬쩍 버려주세요.

 

감사합니다!😀

 

* 교보문고, YES24, 알라딘, 인터파크 등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!

 

 


WRITTEN BY
빵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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